유엔난민기구의 역사
유엔난민기구의 역사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 75년
유엔난민기구 설립 75주년
유엔난민기구는 1950년 12월 14일, 역설적인 사명 아래 탄생했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 속에서 고향을 잃은 수백만 명의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끔찍한 전쟁이 끝났으니, 난민 문제도 곧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 속에서, 유엔난민기구에 주어진 임기는 단 3년이었습니다.
그러나 75년이 지난 오늘, 유엔난민기구는 여전히 현장에 있습니다. 전쟁과 박해, 폭력은 물론 기후 위기까지 겹치며 전 세계 강제실향민의 수는 해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라지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75년 동안 활동을 멈출 수 없었던 현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마주한 가장 무겁고 불편한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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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었던 75년, 세계의 위기가 부른 시간
1951년 채택된 <난민협약 (Refugee Convention)>은 난민 보호의 법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본래 전후 유럽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나, 보호 필요성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1967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Protocol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가 제정되었습니다. 이 의정서를 통해 난민 보호의 범위는 시기와 지역에 관계없이 전 세계로 확대되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이후 헝가리 혁명, 아프리카 탈식민지화, 베트남 보트피플 사태 등 수많은 인도적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마지막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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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꾸준한 노력과 헌신이 인정되어, 유엔난민기구는 1954년과 1981년, 두 차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인류의 연대와 희망을 상징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대한민국과 걸어온 연대의 역사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겪은 대한민국은 이제 인도적 지원을 선도하는 주체이자, 유엔난민기구의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1992년 난민협약과 의정서를 모두 비준하며 국제 난민 보호 노력에 동참했습니다.
대한민국은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을 제정하여 시행함으로써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난민 보호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유엔난민기구와 대한민국의 협력은 2001년 유엔난민기구 연락사무소 개소를 거쳐, 2006년 독립적인 한국대표부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사라지기 위해 존재합니다
21세기 들어 강제실향민 규모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강제실향민의 수는 1억 2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우리가 아직 현장에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거대한 숫자에 새겨져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존재 목적은 명확합니다.
모든 난민이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세상.
임시 기구로 출발한 1950년 이후 7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 임무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75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며, 모두가 함께 유엔난민기구의 ‘해체’를 기쁨으로 선언할 수 있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단 한 명의 난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대한민국과 함께 희망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