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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가 변화시킨 삶, 시리아 난민 선수 와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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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가 변화시킨 삶, 시리아 난민 선수 와엘의 이야기

2022년 8월 19일

태권도가 변화시킨 삶, 시리아 난민 선수 와엘의 이야기

올림픽 출전 유망주 시리아 출신 와엘 알 파라즈 (19) 선수, 최근 한국을 찾아 태권도가 변화시킨 삶에 관해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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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복을 입은 와엘 알 파라즈 선수가 요르단 아즈락 캠프에서 태권도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황수영 공보관, 이새길 공보지원담당관

“저는 열 네 살 때 검은 띠를 땄어요. 태권도를 처음 시작한 뒤 검은 띠를 따는 데 꼭 1년이 걸렸어요. 검은 띠를 따며 얻은 성취감이 제 삶에 자신감을 줬어요.” 와엘이 말했다.

와엘은 과거 경험에 대해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그는 태권도박애재단 (Taekwondo Humanitarian Foundation)이 요르단 아즈락 난민 캠프에 설립한 태권도 아카데미에서 검은 띠를 딴 첫 번째 학생으로, 국제 올림픽 위원회 난민 선수 장학생이기도 하다. 지금 와엘은 요르단 태권도 국가대표팀에서 국내 최고 선수들과 함께 일주일에 여섯 번씩 훈련에 임하고 있다.

지난 6월, 와엘은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을 찾았다. 2022 춘천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와 춘천 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와엘의 집은 요르단 아즈락 난민 캠프에 있다. 2014년 8월 내전을 겪던 시리아를 도망친 뒤 이곳에서 지금까지 부모님과 형제 자매 7명과 함께 살고 있다. 와엘 가족이 고향을 떠났던 그 해, 많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서 아즈락 캠프도 문을 열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시리아 분쟁으로 680만 명의 시리아 사람들이 강제로 집을 떠났다.

와엘의 집은 4명이 함께 사는 작은 카라반이다. 태권도를 배우기 전 와엘은 이 작은 카라반 밖의 세상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프로 태권도 선수가 된 와엘은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으며, 국제 대회에서 경험을 쌓으며 더 큰 세상을 누비고 있다.

와엘이 처음부터 태권도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다. 태권도와 와엘을 이어준 것은 스포츠를 향한 와엘의 열정이었다. 2016년, 와엘의 태권도 코치인 아시프 사바가 아즈락 캠프에 태권도 매트를 옮기고 있을 때였다.

“트럭에서 매트를 내려서 옮기고 있는 데 와엘이 자진해서 저를 도왔습니다.” 아시프는 당시 FC바르셀로나 축구팀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와엘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와엘이 FC바르셀로나와 무술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스포츠를 향한 와엘의 열정을 발견한 아시프는 태권도 수업을 권했다. 아시프는 “훈련을 하면서 와엘에게 좋은 선수가 될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제 지시를 잘 따랐고, 훈련받을 때 기강이 잘 잡혀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와엘과 공식 훈련을 시작했고, 지금 아시프와 와엘의 관계는 서로가 “아버지와 아들”이라고 칭할 만큼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

2016년 문을 연 아즈락 아카데미는 검은띠 유단자 28명을 포함해 난민 어린이 100명에게 안식처가 됐다.

“최연소 검은띠 유단자는 여섯 살 여자아이예요. 아버지와 두 아들, 딸까지 검은띠 유단자만 4명인 가족도 있습니다.” 아시프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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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엘과 그의 코치인 아시프 사바 씨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와엘이 해외 대회에 출전한 두 번째 나라다. 와엘은 올해 2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태권도 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제게는 이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캠프를 떠날 수 있어요. 태권도 덕분에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와엘이 웃으며 말했다.

와엘을 포함한 많은 난민에게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와엘 역시 해외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여행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이번 한국행을 위한 여행 허가는 대한민국 대사관, 요르단 정부, 세계태권도연맹과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와엘이 제일 좋아하는 태권도 선수는 대한민국 선수인 이대훈이다. 이대훈 선수는 2012년과 2016년 하계 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와엘은 이 선수의 ‘겸손한 자세'를 존경하며, 그의 발자취를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와엘은 “이대훈 선수의 경기를 인터넷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하지만 어떨 땐 (캠프에) 휴대전화를 충전할 전기가 충분치 않아 (경기를 보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비록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예선전에서 일본인 선수에게 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와엘은 낙심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보여준 끈기 있는 모습 덕분에 와엘은 경기 중 긍정적 태도와 회복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인 ‘굿 파이팅 상 (Good Fighting Spirit Award)'을 받았다.

와엘은 2024년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 난민을 대표해 출전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태권도를 하면서 삶을 헤쳐갈 힘과 자신감을 얻었다고 믿는다.

“제가 만약에 태권도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그냥 캠프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뤄야 할 목표가 생겼습니다. 난민 어린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