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에서 온 편지
부룬디에서 온 편지
안녕하세요. 유엔난민기구(UNHCR) 동·남부 아프리카 지역사무소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 분쟁취약국 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백종희입니다.
저는 올해 4월, 부룬디(Burundi)를 방문해 대한민국 정부와 코이카의 지원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고 돌아왔습니다. 그곳에서 가져온 생생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부룬디는 어떤 나라일까?
부룬디
대한민국의 4분의 1 크기인 부룬디는 동아프리카의 작은 내륙국으로, 풍부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반복된 분쟁으로 18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어 주변국에서 고향으로 귀환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코이카의 지원으로 2022년부터 약 65만 명의 부룬디 난민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또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취약에서 역량강화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지역사회 구축(From Vulnerability to Empowerment: Building Safe and Secure Communities)」 사업을 통해 부룬디 귀환민들이 지역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재통합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1. 함께 모아 함께 쓰는 마을금고 - 마을저축대출그룹(VSLA)
카요고로(Kayogoro) 마을의 투제 쿠 키비(Tuje Ku Kivi) 마을저축대출그룹(VSLA)의 여성 회원 발표
부룬디 무앙그(Muyange) 마을의 두테구레 카조자(Dutegure Kazoza) 협동조합원들과의 현장 간담회
첫 번째는 '마을저축대출그룹(VSLA: Village Savings and Loan Association)'입니다.
부룬디에서는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유엔난민기구는 귀환민과 지역주민 15~25명이 함께 모여 작은 공동 금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조합원들은 정기적으로 저축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제공하며, 때로는 모인 자금으로 함께 밭을 빌려 농작물을 재배하기도 합니다. 은행도, 든든한 연줄도 없는 이들이 서로를 믿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 그것이 바로 VSLA입니다.
2. 여성의 손으로 일구는 내일 - 여성이 이끄는 농목축 협동조합
부룬디 무앙그(Muyange) 마을의 두테구레 카조자(Dutegure Kazoza) 협동조합
부룬디 국민 대다수는 작은 땅에서 콩, 옥수수, 고구마, 감자, 바나나 등을 재배하는 소규모 자급 농업으로 살아갑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코이카와 함께 농업뿐만 아니라 수공예, 식품 가공, 재봉 등 지역 여건에 맞는 소득창출 활동 교육을 제공하고 각 협동조합의 법적 등록 및 운영, 생산품 시장 판매 연계까지 전 과정을 함께합니다.
무앙그(Muyange) 마을의 두테구레 카조자(Dutegure Kazoza) 협동조합 여성들은 직접 재배한 곡물을 가루로 가공해 시장에 판매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환한 웃음에는 스스로 일궈낸 삶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습니다.
3. 귀환 청년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 다생산(Multi-production) 협동조합
부룬디 무앙그(Muyange) 마을의 다생산(Multi-production) 협동조합 리더 이라네제레자 베텔(Iranezereza Bethel, 36세)
부룬디 무앙그(Muyange) 마을의 다생산(Multi-production) 협동조합
같은 무앙그(Muyange) 마을 다생산(Multi-production) 협동조합에서는 귀환 청년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연탄을 만들고 용접 기술을 익히며 자립의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코이카의 지원으로 들여온 연탄 건조 기계는 이 공동체를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하루 연탄 10kg이 생산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한 번에 400~500kg 연탄을 1~2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 리더 이라네제레자 베텔 (Iranezereza Bethel, 36세) 씨가 직접 만든 연탄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이 작은 변화가 가져온 큰 영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 부룬디가 가르쳐 준 것
부룬디 시내
긴 난민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부룬디 귀환민들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느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코이카의 지원이 이곳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이고 따뜻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 변화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잇는 일원으로서, 앞으로도 이 소중한 여정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