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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만 한 곳은 없습니다”: 오랜 피난 생활 끝에 고향 부룬디에서 다시 삶을 일구는 귀환민 가족의 이야기

스토리

“고향만 한 곳은 없습니다”: 오랜 피난 생활 끝에 고향 부룬디에서 다시 삶을 일구는 귀환민 가족의 이야기

2026년 11월 5일
탄자니아에서 오랜 기간 난민으로 생활한 뒤 부룬디로 돌아온 파스칼과 가족들, 자택 앞
비지마나 파스칼(Bizimana Pascal)
비지마나 파스칼(Bizimana Pascal)

39세의 파스칼(Bizimana Pascal)은 고국 부룬디에서 발생한 분쟁을 피해 두 번의 피난을 거쳐 탄자니아 냐루구수(Nyarugusu) 난민촌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에게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파스칼은 열 살 때 자신이 고향이라 부르던 곳을 뒤로한 채 가까운 친척들과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습니다. 몇 년 뒤 가족 중 일부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지속되는 분쟁으로 또다시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파스칼은 가장이 되었고, 아내와 여덟 자녀와 함께 탄자니아 냐루구수 난민촌에 정착했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은 난민촌에서 태어났습니다.

기수루(Gisuru) 탄자니아-부룬디 국경 검문소
기수루(Gisuru) 탄자니아-부룬디 국경 검문소

"난민촌에서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것들은 점점 늘어났지만 인도적 지원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난민촌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 추가적인 소득을 얻을 기회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파스칼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난민촌 밖의 밭에서 일하기도 했고, 숯을 만들어 팔기도 했습니다.

"일부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때로는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차 충족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는 부룬디의 위기가 끝나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삶을 시작하길 꿈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룬디 정부가 난민들에게 귀환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파스칼은 고향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고향만 한 곳은 없습니다

부룬디에 도착해 국경에서 귀환 절차를 마친 파스칼은 자신의 집을 마련할 때까지 부모님의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몇 달 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의 지원으로 유엔난민기구는 파스칼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지붕용 철판과 기둥, 창문, 나무 문틀 등 건축 자재와 벽돌 구매를 위한 현금을 지원했습니다.

탄자니아에서 오랜 기간 난민으로 생활한 뒤 부룬디로 돌아온 파스칼과 가족들, 자택 앞
탄자니아에서 오랜 기간 난민으로 생활한 뒤 부룬디로 돌아온 파스칼과 가족들, 자택 앞

유엔난민기구는 코이카의 지원으로 2022년부터 부룬디 난민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또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취약에서 역량강화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지역사회 구축(From Vulnerability to Empowerment: Building Safe and Secure Communities)’ 사업을 통해 부룬디 귀환민들이 지역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이루도록 돕고 있습니다.

카요고로(Kayogoro) 마을의 투제 쿠 키비(Tuje Ku Kivi) 마을저축대출그룹(VSLA)의 여성 회원 발표
카요고로(Kayogoro) 마을의 투제 쿠 키비(Tuje Ku Kivi) 마을저축대출그룹(VSLA)의 여성 회원 발표

파스칼은 고향 부룬디로 돌아온 이후 토지를 빌려 채소를 키워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소규모 생업 활동을 이어가면서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수입의 일부를 저축 모임에 적립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은 아이들의 교육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아이 중 한 명이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파스칼은 난민과 귀환민의 자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일할 능력과 기술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기반이 될 일자리입니다."

귀환한 뒤에도 어려움은 있었지만, 정부 관계자와 지역사회 주민들이 귀환민들에게 제공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삶을 다시 꾸려 나갈 수 있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부룬디 난민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파스칼이 지내던 탄자니아 냐루구수(Nyarugusu) 난민촌의 한 전환기형 거처. 집 지붕과 간이 출입문으로 되어있어 폭우 피해와 안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함
파스칼이 지내던 탄자니아 냐루구수(Nyarugusu) 난민촌의 한 전환기형 거처. 짚 지붕과 간이 출입문으로 되어있어 폭우 피해와 안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함

2017년 이후 동부 및 남부 아프리카 지역으로 피난했던 부룬디 난민들은 오랜 피난 생활을 마치고 자발적으로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말 기준, 유엔난민기구는 대부분 탄자니아에 머물던 부룬디 난민 34만 명 이상의 고향 귀환을 지원했습니다. 코이카와의 협력을 통한 유엔난민기구의 지원은 안정적인 귀환민 정착의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귀환민은 주거, 보건 의료, 교육, 생계 등 필수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귀환 이후에도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9개 유엔기구 및 부룬디 정부와 함께 부룬디 귀환민 최대 10만 4,600명 지원을 위해 미화 8,230만 달러 규모의 재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마련된 재원은 귀환민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현금 지원, 보건 및 영양 지원을 포함해 취약한 상황에 놓인 귀환민을 위한 보호 서비스 제공에 쓰일 예정입니다.

유엔난민기구는 개발 협력 기관 및 국제금융기구와의 협력도 더욱 강화해 부룬디 내 귀환 지역의 서비스 제공과 지역 개발을 지원하고, 귀환민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브리지트 무캉가에노(Brigitte Mukanga-Eno) 유엔난민기구 부룬디 대표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으로서의 자발적 귀환은 하나의 과정”이라며 "귀환민들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삶을 다시 일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통합 지원과 귀환 지역에 대한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파스칼은 다른 난민들에게도 귀환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해 볼 것을 권했습니다. “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면 삶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더라도 일을 하며 기회를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조금씩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면, 결국 지역사회의 다른 주민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