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함을 씻어내다: 모리타니아 음베라 난민촌에서 시작한 하마마의 세탁 사업
불확실함을 씻어내다: 모리타니아 음베라 난민촌에서 시작한 하마마의 세탁 사업
모리타니아 음베라(Mbera) 난민촌에서 살아가는 말리 출신 청년 난민 하마마(Hamama Ag Mohamed El Haj)는 작지만 강력한 아이디어를 통해 열악한 환경을 기회로 바꾸어 희망과 삶의 목적을 되찾고, 자립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말리 군담(Goundam) 지역의 티수코라이(Tisukoray) 마을까지 무력 충돌의 위협이 닥치자, 하마마와 그의 가족들은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2년, 8남매 중 장남이었던 하마마는 고작 12살이었습니다. 그는 그의 어머니와 일곱 동생과 함께 조국과 아버지, 그리고 너무 일찍 끝나버린 어린 시절을 뒤로한 채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군담은 수십 년간 이어진 불규칙한 강우와 사막화, 줄어드는 목초지로 안정적인 삶의 터전이 점점 메말라 가던 말리 북부 사헬 지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마마가 속했던 지역 사회처럼 기후 위기로 이미 취약해진 지역에 닥친 폭력 사태는 결국 강제실향을 야기하며, 사헬 지역에서 분쟁과 기후 위기는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모리타니아 국경으로 향하는 여정은 7일이 걸렸고, 긴 여정 끝에 약 12만 명의 말리 난민이 머물고 있는 음베라(Mbera) 난민촌에 도착했습니다.
음베라 난민촌에 도착했을 당시 하마마와 가족에게는 일자리도, 학교도, 앞으로의 삶에 대한 뚜렷한 전망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마마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몇 년간 그는 난민촌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비정부기구 활동과 지역사회 인식 개선 캠페인, 설문조사 등에 참여하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었지만, 그것들을 이룰 방법은 불투명했습니다.
2023년 말리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난민들이 음베라 난민촌으로 대거 유입됐고, 새로운 긴급 구호 대응과 함께 개발의 기회가 확대되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202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모리타니아 사무소를 통해 기후변화 및 강제실향을 겪은 난민의 회복력과 사회적 통합, 포용성을 높이는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속 가능한 생계는 환경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는 명확한 전제하에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난민 보호에 대한 의지로 널리 알려진 모리타니아의 포용적인 난민 정책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난민 주도 프로젝트(refugee-led project) 공모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마마에게 이는 그토록 기다려오던 순간이자, 오랫동안 품어 온 세탁소의 꿈을 현실로 만들 기회였습니다.
"음베라는 어디에나 먼지가 많아 옷이 금방 더러워집니다. 그런데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아이디어였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가게가 식품이나 생필품 판매에 집중하던 난민촌 안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발상이었습니다. 몇 주 뒤, 하마마의 사업은 수천 건의 제안 가운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는 지원금으로 세탁기와 100리터짜리 물통을 구입하고 작은 세탁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난민촌과 같이 척박한 환경에서는 물이 귀했기 때문에, 그는 물 사용량을 관리하고 낭비를 막기 위해 저수조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시설은 특히 물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건기에 중요합니다. 음베라 난민촌에서는 대부분 손으로 빨래를 하는데, 이는 물과 에너지가 많이 들고 매우 고된 노동이었습니다. 하마마는 처음부터 물을 모으고 저장하며 아껴 써서 낭비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는 보전형 사업 모델을 설계했습니다. 덕분에 물 공급이 불안정한 건기에도 더욱 빠르고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세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5년, 하마마의 세탁소는 마침내 정식으로 문을 열었고, 첫날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더해 옷 열 벌을 맡기면 한 벌을 무료로 세탁해 주고, 다섯 벌 이상은 무료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마련했습니다. 또한, 왓츠앱(WhatsApp)을 통해 세탁소 소식을 알렸고, 이후에는 이용자들의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하마마는 자신이 시작한 세탁 사업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 되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내일을 꿈꾸게 하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믿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겁내지 마세요. 두려움이 시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니까요."
하마마의 꿈은 세탁기를 늘려 사업을 키우고, 언젠가 난민촌의 다른 청년들과 일자리를 나누는 것입니다.
하마마에게 세탁소는 단순한 생계 수단 그 이상입니다. 실향 생활 속에서 잃어버렸던 인간다운 존엄성을 되찾고, 수많은 난민들이 바라듯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자립으로 가는 통로입니다.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된 곳에서, 그는 척박한 토양의 한계를 거스르지 않고, 그 속에서 해법을 만들어내며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이카의 지원을 통해 하마마의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었고, 이는 적절한 기회와 수단이 주어진다면 난민도 스스로 삶을 다시 일구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지표입니다.
하마마와 같은 난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대한민국 정부와 코이카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앞으로도 난민들이 불확실함을 넘어 스스로의 미래를 그려갈 수 있도록 함께하겠습니다.